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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스테인리스스틸 생산 대표 기업인 길산그룹이 이달 7일 ‘매출 1조 클럽’ 고지를 밟았다. 매출액 1조 원 이상을 기록한 기업은 지난해 기준 229개로 집계된다.
길산그룹 정길영 회장(73·사진)은 1991년 충남 논산의 허허벌판에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 공장을 세운 지 31년 만에 매출 1조 원을 달성했다. 정 회장은 “도전정신으로 모든 비전을 현실화시킨다”는 태도로 일에 매진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2일 충남 계룡시 본사에서 만난 정 회장은 “국민소득이 늘어날수록 부식이 없고 깨끗한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에 대한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고 보고 시작해 한길만 묵묵히 걸어온 결과 오늘의 길산그룹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그는 “1980년대 아파트를 짓다가 처음 스테인리스스틸 파이프를 봤다. 당시엔 한국에서 스테인리스스틸 생산이 원활하지 못했는데 그걸 보자마자 이것이 앞으로 대세가 되겠구나 하는 직감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정 회장은 26세 때부터 운송업, 건축업 등 다양한 사업을 하다 42세에 스테인리스스틸 사업에 뛰어들었다. 결코 빨리 시작했다고 볼 수 없는 나이였지만 여러 사업을 통해 익힌 시장에 대한 장기적 안목은 정확했다.
스테인리스스틸 시장은 예상대로 꾸준히 성장했고, 길산그룹도 창립 이후 지금까지 30년 넘게 한 해도 적자를 기록하지 않았다. 정 회장은 이익의 대다수를 생산 설비와 우수 인력 확보에 투자했다. 현재 길산그룹은 길산파이프와 길산스틸 등 8개의 계열사를 두고 있고, 국내 최고 수준의 파이프 제조 능력을 갖춘 기술자를 다수 확보하고 있다. 또 직경이 작은 세관 파이프부터 대구경 파이프에 이르기까지 수십 종류의 파이프를 고객의 요구에 맞게 제작할 수 있는 능력도 보유했다.
매년 길산그룹이 생산하는 스테인리스스틸 구조용 강관 제품은 건축자재나 선박, 차량에 쓰이고, 판매량은 국내 시장 수요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지금까지 꾸준히 길산그룹을 성장시킨 정 회장이지만 경기 침체로 인해 내년 실적에 대해서는 걱정이 적지 않다. 그는 “앞으로 2년 동안의 위기는 전례 없이 심각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음의 각오를 정말 단단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매출 1조 원을 달성했지만 다음 목표를 잡지 않고 내실을 다지는 데 주력하려 한다”고 했다. 길산그룹은 올해 하반기에 재고를 최대한 줄이고 주문생산체제를 도입하며 닥쳐오는 경제 침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 아울러 반도체와 2차전지 산업의 성장에 대비해 관련 파이프 설비의 투자를 늘리고 있다. 정 회장은 우리 사회에 대한 염려도 털어놨다. 그는 “앞으로 금융 비용 부담이 늘게 되면 많은 기업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실업자도 많이 생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 위기를 이겨내려면 노사가 힘을 합치는 지혜가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했다.
계룡=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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